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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llete] 그리고 아이유의 시대 아이유가 돌아왔다. 3집 [Modern Times]에 이은 4년 만의 정규앨범이다. 청자들에게 자신의 분열과 충돌을 거리낌 없이 들려주며, 잔뜩 힘을 주었던 미니앨범 [CHAT-SHIRE]와는 달리 한껏 편해진 목소리다. 음악 감독 이병우가 작곡, 작사, 편곡을 맡은 ‘그렇게 사랑은’을 제외하면 모든 곡에 작사가로 참여했다. 모든 곡이 “전부 제 이야기”라는 그는, 그저 악기에 불과했던 몇 년 전과는 다르게 자신의 앨범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올해로 데뷔 10년 차를 맞은 아이유는 한 명의 아티스트로서 한 번에 몇 보씩은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Pallete]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한 축에는 사랑을 막 시작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곡들이 있다. 아련한 기타 리프 위에 자신의 목소리를.. 더보기
8,600원이 사라졌다 황당하다. 작년 1학기쯤인가,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었다. Html 프로그래밍에 관한 책이었는데 기말고사 준비하니, 뭐하니 결국 몇 자 보지도 못했다. 그러다 어느새 학기가 끝나버렸고, 나는 직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문제는 책을 반납해야 해서 도통 도서관에 갈 시간이 없었다는 거다. 학교 도서관이 열려 있는 시간에 나는 대개 직장에 있거나, 아님 집으로 퇴근하는 길이었다. 어쩔 수 없이 주말에 반납기에 책을 반납했다. 연체료도 따로 전달했던 것 같다. 비용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8,600원. 당시 직장은 다녔지만 일한지 얼마 안 되는 시점이었고, 월급도 다음달 말일에나 받을 수 있었다. 워낙 돈이 없었기 때문에 무척-무척-무척 힘들게 마련한 돈이었다. 없는 돈, 있는 돈 다 털었다. 연체료가 더 .. 더보기
이 영상은 전혀 귀엽지 않다. 3월 10일 SNS를 뜨겁게 달군 영상이 있다. 바로 로버트 켈리 부산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BBC 인터뷰다. BBC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 이후, 한국의 상황과 북한과의 관계 등에 대해 그에게 묻고 있었다. 인터뷰는 그의 집에서 화상 전화로 진행됐다.하지만 인터뷰가 진행되던 중, 어떤 이들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이와 얼굴도 마주치지 않은 채 아이를 밀어 모니터 밖으로 밀어내려 애썼고, 뒤이어 따라온 한 여성은 두 아이를 문밖으로 끌고 나갔다. 아이는 “왜 그래? 왜?”라고 물었지만 어떤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허핑턴포스터UK는 이를 두고 ‘코미디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어떤 매체는 ‘BBC 뉴스가 아이들의 공격을 받았다’고 표현했다. 다시 어떤 매체는 그.. 더보기
정치는 도덕이 아니다. 선악도 아니다. 트럼프는 굳건하다 리버럴이 트럼프를 돕고 있다? 지난 18일 발행된 뉴욕 타임스의 기사다. 저널리스트 사브리나 태버니즈(Sabrina Taernise)는 몇 트럼프 지지자들을 만나 인터뷰해 보도했다. 샤이 트럼프를 포함한 트럼프의 지지자들이 지지를 거두지 않고 있는 데에는 리버럴들의 ‘도덕적 우월감Moral Superiority’이 한몫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트럼프 지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같은 사람은 코너에 몰렸어요. 트럼프에 관해 조금이라도 방어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그들은 ‘내 말에 100퍼센트 동의할 수 없어요? 당신은 도덕적으로 파산했어요. 트럼프의 어느 부분이라도 지지한다면 멍청한 거죠.’ 저는 갈 곳이 없어요. 날 트럼프를 지지하도록 몰아넣고 있죠.” 길거리에 나선 이들 모두 트럼프에.. 더보기
뽑기방의 시대다. 대불황의 시대다. 뽑기방의 시대다. ⓒ한국일보 뽑기방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나는 오늘 뽑기방에 갔다. 그러니까, 작년 말쯤이었던 것 같다. 즐겨 찾던 국밥집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이 ‘뽑기방’이 대신한 때 말이다. 처음에는 그렇게 하나였다. 둘이 됐다. 금방 셋이 됐고, 그 후에는 번화가 큰 건물에는 하나씩 꼭 생겼다. 그 골목엔, 이윽고 편의점 수만큼 많은 뽑기방이 생겨났다. 어디까지나 등록업체 기준이다. ⓒ서울신문 한 동네의 트렌드는 아니었던 것 같다. 웬만한 번화가에는 꼭 몇 개씩 뽑기방이 있었고, 사람들은 늘 인형을 뽑으려 애쓰고 있었다. 15년에는 21개(게임물관리위원회 등록 기준)였다던 뽑기방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후반기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지금은 수천 곳 이상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뽑기방의 .. 더보기
문제는 불임이 아닙니다. 정당입니다. "불임 정당이라고 하지만 내가 산부인과 이사장이다." ⓒ뉴스1 불임 정당 벗어나 기쁘신가요?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 별명이 하나 생겼다. ‘불임 정당’이다. 선거에 후보를 배출할 능력이 없는 정당이라는 이야기다. “불임 정당이라는 말을 가슴 아파했다.”던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이인제, 원유철, 안상수의 출마 선언 이후 “불임 정당이라고 놀림을 받던 새누리당이 갑자기 애를 셋이나 낳게 됐다.”며 새누리당이 ‘불임 정당의 오명’을 벗게 된 것에 대해 기뻐했다.새누리당 내외에서는 몇 번이고 이 불임 정당이라는 말이 나왔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우리를 불임 정당이라고 했지만 다산(多産) 체제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이전에 “불임 정당이라고 하지만 내가 산부인과 이사장”이라.. 더보기
펙트폭력배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폭력이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시대다. 세상에. 폭력시위라도 벌어졌다 치면 온 나라가 무너질 듯 벌벌 떤다. 이럴 수가. 누군가 인터넷상에서 폭력적인 말이라도 내뱉으면 모두가 분개하며 몸서리친다. 맙소사. 청소년이 즐기는 게임이나 영화에 폭력적인 장면이 등장할라치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우리의 꿈과 희망 같은 청소년이 게임 따라 폭력적으로 변하다니, 이게 얼마나 큰일인가. 모두가 폭력을 무서워한다. 모두가 폭력을 경계하고, 폭력을 저지른 이에게는 가차 없이 징벌을 내리려 한다. 그런데, 여기 모두가 환호하는 폭력이 하나 있다. 여남소로좌우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즐긴다. 심지어 이 폭력을 자주 휘두르는 이에게는 환호와 박수가 따른다. 마치 링 위에서의 합법적 폭력을 연상시키는 이것은 바로, ‘팩트 폭력.. 더보기
대선 후보들에 대한 인상비평. (17.02.03) 현재 거론되는 몇몇 대선후보들이 걱정스럽다. 많은 이들이 환호하고 있지만 그들이 대통령이 된 후에 어떤 모습일지 뻔히 보이는 듯해서 말이다. 나는 지난 대선에서 기호 7번 김순자 후보에게 투표했다. 그가 대통령이 되리라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에게는 (후보로서) 정책도 있었고 캐릭터도 있었고 이미지도 있었다. 경험이 없다는 게 흠이겠지만.최근 안희정의 지지율이 크게 올랐다. 반기문의 지지율을 조금, 문재인의 지지율을 조금 흡수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는 인권, 젠더, 자유 면에서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멀끔한 이미지까지 갖췄다. 문제는, 그는 정말 우파라는 것이다. 공짜밥이란 워딩이 그냥 나왔을 리는 없다. 그의 경제철학은 노무현이나 김대중, 이명박, 박근혜와 크게 다르.. 더보기
비로소 한 해가 끝났다 짐을 정리했다. 옷들과 책, 책상과 냉장고, 조미료와 쌀. 지하철로 정거장 하나쯤 거리인 할인마트에서 가져 온 박스들에 차곡 차곡 쌓아 넣었다. 열댓박스 정도는 되나. 용달 기사님을 불러 짐을 옮겼다. 박스가 방에 한 가득인가 싶더니 물건을 꺼내니 정작 내용은 얼마 되지 않는다. 1년치 삶을 정리하는 데 드는 공간 치고 참 보잘 것 없다 싶다. 딱 1년이다. 곰팡이 냄새가 큼큼한 계단 두 개쯤 내려간 반지하, 햇볕이라고는 다른 집 벽에 반사된 빛이 겨우 들어오는 게 전부인 그늘 속에서 자취를 시작한 지 딱 1년이다. 내 삶 온전히 나 혼자 책임질 수 있다고 무작정 뛰쳐나온 지 1년. 이렇게 빨리 끝날 줄 몰랐다. 돌아보니 이 집에서 마음에 들었던 것이라곤 샤워기 수압과 지하철 역 인근이라는 게 전부였다... 더보기
미소지니 영화는 토렌트로 봅시다? (2017.1.11) 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덕분에 마땅한 경쟁작 없이 몇 가지 흥행요소만으로 박스오피스를 차지했던 는 쉽게도 밀려났다. 시기를 잘 고른 터인지, 부족한 만듦새에 비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싶었다. 그에 비해 은 몇 배는 더 잘 만든 애니메이션이다.흥행과 함께 미소지니 논란이 일었다. 신카이 마코토가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과 몇 장면들에서 나온 비판이었다. '갑자기 여성의 몸을 갖게 된 남성'이라는 장치에 동반되는 클리셰들을 아무런 고민도 없이 답습한 결과였다. 그 와중에, 신카이 마코토가 한 인터뷰에서 타키가 미츠하가 뱉은 쌀로 만든 술을 마시는 장면을 일컬으며, 그 나이대 남성들이 가진 페티시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은 더욱 커졌다.그 와중에, 레진 코믹스에 을 연재 중인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