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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사회를 알 나이? 어른들은 사회를 알 나이? 토요판에 재밌는 글이 실렸다. 한동원 영화평론가는 칼럼 ‘어린이들도 사회를 알 나이?’에서 이렇게 썼다. 를 보는 “어린이 관객들은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바의 반도 소화 및 흡수하지 못할 것”이란다.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은유를 어린 관객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란다. “아동 관객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심지어 이해하면 곤란하기까지 한 농담”이라고도 했다. 거기에 정점을 찍어주신다. “15세 이하 웬만하면 반액 할인.” 얼핏 들으면 맞는 말일 수도 있다. 아니, 대체 어린이들이 이런 철학적이며, 정치적이고, 은유적인 영화를 무슨 수로 이해한다는 말인가. 이런 영화를 애니메이션이라는 이유로 어린이 관객들이 잔뜩 보는 건 부당한 일이다. 어차피 이해하지도 못할 텐데. 어린 관.. 더보기
학벌 없는 사회가 남긴 것들 학벌 없는 사회는 없다. 지난 25일, 학벌없는사회의 마지막 총회가 열렸다. 마지막 총회. 후원자들, 회원들 사이에서 안타까움의 한숨이 터져 나왔지만, 더 나은 선택지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학벌없는사회는 한국 사회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곳이었다.학벌이라는 것, 권력획득 수단으로 전락한 학벌, 대학평준화에 대한 주장과 시장주의 교육권력에 대한 비판. 모두 학벌없는사회가 한국 교육계에 던진 의미 있는 물음들이었다. 그 물음에 대해 제대로 된 대답을 내놓기도 전에, 학벌없는사회는 해산을 선언하며, 작별을 고했다. 학벌없는사회 이철호 대표는 “학벌없는사회를 해산하며”라는 글에서 학벌없는사회가 왜 학벌 없는 사회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해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속 아픈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더보기
당신의 피로를 풀어드립니다 1,770시간. OECD 회원국의 연 평균 노동시간이다. 한국의 연 평균 노동시간은 이에 350시간이 더해진다. 2124시간. 24개국 중 멕시코에 이은 2위였다. 1년에 1,302시간을 일하는 독일보다 4개월을 더 일하는 셈이다. 대한민국에서 일을 한다는 건 그 자체로 피곤한 일이다. 잦은 야근과 잔업, 밤샘과 연장근무, 주말출근과 늦은 회식. 그런 대한민국에 이제. 낮잠이 팔리기 시작했다. CGV 여의도점이 시작한 ‘시에스타’ 얘기다. 오후 열두 시에서 한 시까지,직장인들의 점심시간에 맞춰 잠들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준다. 낮잠을 위한 차, 낮잠을 위한 아로마향과 새가 지저귀는 소리, 낮잠을 위한 넓다란 담요와 편안한 슬리퍼와 눈의 피로를 덜기 위한 두터운 안대. CGV는 만 원짜리 한 장에 피로를 풀.. 더보기
"대통령이었으면 진작했다더니, 어이가 없어서" "제가 대통령이었으면 진작했어요. 그래서 제가 이번에 대통령으로 되면 할 겁니다." 제18대 대선 토론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가 이명박 정부의 반값등록금 공약 실천에 관해 묻자 박근혜 당시 후보는 이렇게 대답했다. 토론만 봐선 무슨 방법으로, 어떤 내용으로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었다. 내용은 없고 제목만 있었다. 어쨌든 대통령이 되면 하겠다고 했다. '공약'이었다. '대통령이 되면 어련히 잘하겠거니'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 정도는 보일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 노력을 체감하기도 전에 반값등록금이 실현됐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부와 대학의 노력으로 반값등록금이 실현되었습니다." 한국장학재단의 광고 문구에 대학생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대.. 더보기
그 언론은, 화형 당하지 않을 자격이 있는가 3월 26일, 언론이 참 아팠던 날이다. 1971년, 유신으로부터 1년 전. 언론은 제 기능을 잃었고, 권력의 애완견으로 전락했다. 시민들은 언론에 분노했다. 동아일보 앞에 모여든 서울대 문리대 법대 상대 학생회장단 등 30여 명은 언론화형식을 열며 이렇게 선언했다. “이제 권력의 주구, 금력의 시녀가 되어 버린 너 언론을 슬퍼하며 조국에 반역하고 민족의 부름에 거역한 너 언론을 민족에 대한 반역자, 조국에 대한 반역자로 규정하여 반세기의 찬연한 전통에 한을 남긴 채 전 민중의 이름으로 화형에 처하려 한다.” 자신들의 기사, 자신들의 신문이 불타오르는 현장을 목격한 기자들의 충격은 대단했다. 기자들은 반성했다. 학생들의 시위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이 터져도 한 마디를 쓸 수 없던 언론이었다. 중앙정보부가 .. 더보기
이재명 시장님, 한심한 대학생입니다. 안녕하세요, 이재명 시장님. 저는 한심한 대학생입니다. 오늘 18일 오전,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기셨죠. “들은 바로, 상당수 대학생들이 이번 선거일에 MT를 간다고 한다. 대학은 우리 사회 최고 교육기관이고, 대학생들은 최고 지성집단으로 불린다. 그런데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구성원이자 미래를 짊어질 대학생들이 선거일에 MT라니..” 더불어 이런 말도 남기셨더군요.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에 관심도 기여도 하지 않으면서, 정치가 자신을 배려해주길 바라는가? 청년의 정치무관심이 오늘날 청년문제가 심각해진 원인의 하나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게 말입니다. 같은 대학생인 제가 봐도 참 한심하지요.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투표일에 MT를 간다니. 그것도 상당수 대학생들이 그렇다니요. 한국의.. 더보기
당신의 한 표가 후보의 운명을 결정한다! 이 뜨겁다. 를 통해 전국민을 오디션 무대 위에 올려놓았던 엠넷이 이제는 다시 그 국민을 심사위원 석 위에 앉혀 놓았다. 엠넷은 이런 프레이즈를 내걸었다. “걸그룹의 최종 멤버는 100% 국민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국가대표 걸그룹이 되기 위한 치열한 연습과 잔인한 방출! 당신은 어느 소녀에게 한 표를 던질 것인가! 당신의 한 표가 소녀의 운명을 결정한다!” 101명의 멤버들 중, 걸그룹으로 활동할 열한 명을 뽑는다. 엠넷은 이를 두고 치열하고, 또 잔인하다고 표현했다. 를 비롯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그랬던 것처럼, ‘무한경쟁’은 흥행보증수표였다. 그 방식이 자극적이고 잔인할수록, 경쟁상품이 화려하고 현란할수록. 맞다. 제작진의 말대로, 은 잔인하고 치열했다. 엠넷의 여느 프로그램이 그렇듯, 논란이 이어.. 더보기
예쁜 봄이 아픈 사람들 참 예쁜 계절이다. 봄은 꽃을 피우고, 싹을 틔우고, 낭만을 깨운다. 어딘가에서 연인이 생겨나고, 꽃잎이 맺힌 거리를 따라 길을 걷고, 귀 가까이 서로에게 고운 말들을 속삭인다. 햇볕은 따뜻하고, 눈부시다. 차가운 바람이 뺨을 때렸다가도, 곧 다시 햇살이 내리쬔다. 참 예쁜 계절이다. 그런데 이 봄이 누군가에겐. 참 아픈 계절이다. 봄은 공채를 피우고, 면접을 틔우고, 취준인을 깨운다. 어딘가에서 직장이 생겨나고, 출근길을 걷고 싶겠지만, 대부분의 취준인과는 무관한 이야기다. 각종 공채와 면접, 입사시험이 몰려있는 이때. 수천, 수만, 수십만의 이력서가 쓰이고, 자기소개서가 쓰인다. 그리고 이들 중 대부분은 파쇄기에 고이 갈려 떨어진다. 흩날리는 벚꽃 잎 마냥. 누군가는 이 취업을 위해 스무 해가 넘도록.. 더보기
술 강권하는 사회 스무 살이 되던 날, 다니던 학원의 강사들, 또 동급생들과 함께 술집에 갔다. 처음이었다. 소주를 마셨다. 맥주를 마셨다. 소맥을 마셨다. 술게임을 배웠다. 술을 마시기 위한 게임. 그러니까, 그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술을 마시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 얼마나 마셨을까. 그 안의 모든 공기가 알코올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마셔야 했다. 대학에 가면 다 하는 거라고, 미리 적응을 해야 한댔다. 아무도 묻지 않았다. 그걸 왜 대학에 가면 다 해야 하는 거지. 수강신청 등에 필요한 정보를 준다는 새내기 예비대학이었다. 선배들은 자연스레 주량을 물었고, 때론 자신의 주량을 자랑처럼 이야기하곤 했다. 대화는 잠시 술게임이 이어졌고, 나는 졌고, 마셨다. 마셨다. 마셨다. 새터에 가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 더보기
이것은 나의 몸이다 눈을 감았다 뜬다. 주먹을 쥐었다 편다. 머리카락과 얼굴, 목과 몸통, 팔과 다리 또 손과 발. 몸 이곳저곳의 신경과 근육들. 이것은 나의 몸이다. 내가 소유한 나의 몸. 그러나 어느 한순간도, 내 몸이 온전히 나의 것이었던 적은 없다. 소유권은 있되, 통제권은 없었다. 그러니까, 나는 내 몸의 바지사장이었던 셈이다. 내 몸을 대신 통제했던 것은 가정, 학교, 회사, 그리고 또 사회였다. 내가 이 몸의 통제권을 값싸게 후려치고 싶었던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되었다. 근로계약서를 쓰며 스스로 통제권을 팔아넘겼다고 한들, 업무에서 '당연히' 요하는 것 이상의 것까지 팔 생각이 있었을 리가. 이것은 일종의 불공정계약이었다. 어디까지 내 몸을 통제하라고 말할 권리가 애초에 나에게는 없었던 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