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씀/기사

“달팽이도 집이 있는데… 우리는 어디에 살죠?”


“달팽이도 집이 있는데… 우리는 어디에 살죠?”

여전히 ‘내 집 마련’ 꿈꾸는 청년들, 주거난 해결책 어디 있나

 

청년 주거난이 심각하다. ‘내 집 마련’이 삶의 목표이던 세대의 아들딸들이 사회 밖으로 나오고 있지만, 청년들이 살 집을 찾는 것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정부가 내놓은 청년주거정책에는 ‘선별적’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 많은 주택들이 나와 있지만, 청년들이 ‘살 수 있는’ 집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많은 청년단체들이 주거난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살 곳 없는 청년들, 통학에만 4시간 걸리기도…

 

‘청년대선캠프’가 실시한 “일개미 싫어요. 베짱이 좋아요.”라는 제목의 청년경제실태조사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30%만이 스스로 주거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응답자의 88%는 가족 및 친인척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청년들에게 ‘독립적 주거환경’이 전무한 상황이다.

 

부모의 집에서 독립한 청년들은 등록금, 생활비, 방세 3중고에 시달리며 고시원, 옥탑방, 반지하를 전전한다. 독립하지 않은 이라고 해서 사정이 나은 것도 아니다. 대학생 장성렬 씨(20, 성공회대 사회과학부)는 남양주에서 학교가 있는 온수까지 통학을 하고 있다. 장 씨는 “지하철에서 보내는 시간만 4시간이다. 체력적으로 무척 힘들다. 교통비도 결코 적지 않다.”라고 말하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서 “학교와 집을 오갈 때마다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실어야 하지만, 자취는 집안 사정 상 할 수 없다. 그나마 있는 대학생 주거정책은 굉장히 선별적이다”면서 현재 대학생 주거 정책을 비판했다.



대학생 ‘가난경쟁’시키는 ‘대학생주거정책’

 

대표적인 대학생주거정책으로 지난 1월 국토해양부와 LH주택공사가 시행한 ‘대학생임대주택’제도를 꼽을 수 있다. 대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25,000명에 가까운 이들이 ‘대학생임대주택’을 신청하기 위해 몰렸다. 그러나 지원 계획은 턱 없이 부족한 10,000호 뿐이었다. 15,000명의 학생들은 등을 돌려 다른 살 곳을 찾아야 했다. 선발방식 또한 문제였다. 학생들은 2.5 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기 위해서 자신의 가난을 증명해야 했다. 기초생활수급자, 월평균소득 50% 이하 등 학생들에게 1순위를, 나머지 학생들에게 2순위를 두었고, 또 2순위 중 월평균소득 70% 이하에 5점을, 100% 이하에 3점을, 100% 초과에 1점을 주는 식이었다. 말 그대로 ‘가난경쟁’이다.

 

“1%의 독점이 청년들이 집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

 

그러나 문제는 대학생들이 살 집이 없는 것이 단지 가난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작년 국토해양부 국정감사 내용에 따르면, 광주광역시의 한 임대주택 사업자는 무려 2,123 채의 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의 한 아기(1세)는 10채의 임대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소수의 사람들이 과도하게 많은 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작 살 곳이 필요한 사람들은 고시원을 전전해야 하는 것이다. 대학생 단체인 ‘대학생사람연대’는 이를 두고 “1%의 독점이야말로 우리가 집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다.”라고 꼬집었다.



 

뉴타운정책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뉴타운은 ‘낡은 소형주택’을 철거하고, ‘새 중대형주택’을 만드는 사업이다. 작고 싼 집을 부수고, 크고 비싼 집을 만드는 셈이다. 실질적인 주택의 수도 줄어든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136,346호의 주택이 사라진 반면, 67,134 호만이 지어졌다. 청년들이 ‘살 수 있는’ 집은 사라지고, 부자들이 ‘살 수 있는’ 집만이 생겨나는 것이다.

 

청년학생 단체들 “청년 주거권 보장” 위한 활동 나서

 

한편 이러한 청년들의 문제를 지적하며 활동에 나선 이들이 있다. 바로 ‘민달팽이 유니온’이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달팽이도 집이 있는데 왜 대학생들에게는 집이 없느냐.”며 청년들의 처지를 민달팽이에 비유하며 만든 단체이다. “내 집 마련이 어렵다면 우리의 집을 만들자.”며 ‘대안주거’를 고민하는 청년들도 있다. 성공회대, 유한대, 가톨릭대 학생 등 역곡 인근에서 생활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모여라 두더지들(모두들)’이라는 이름으로 주택협동조합 등 대안주거를 연구하고 있다.

 

청년학생단체인 ‘청년좌파’는 ‘적극적 사회주거 정책’을 통한 주거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청년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토지 관련 세금을 모두 ‘보유세’ 개념의 토지세로 통폐합하고 5%의 세율을 일괄 적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과세 부담이 어려운 사람들의 주택과 토지는 국가가 매입해 공공주택으로 전환해 ‘사회주택’으로 유도할 것을 제시했다. ‘청년좌파’의 정책에는 주택법과 주거지재생법 등을 개정해 거주자 중심의 주택개선사업을 추진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청년주거난이 더욱 심각해지는 가운데, 청년학생단체들의 ‘청년주거정책’에 대한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학생들로 하여금 ‘가난경쟁’을 하게하고, ‘선별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대학생임대주택’ 등의 청년주거정책. 최근에도 ‘희망하우징’이라는 이름의 청년주거정책이 실시된 바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각 성별 당 30명이라는 낮은 수용률과 그 선별성에 대한 비판을 면하지 못했다. 대선에 접어들면서, 많은 후보들이 제각기 청년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대선후보들이 내놓은 정책들이 청년들을 ‘민달팽이’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찬우(잉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