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대부분의 시간을 또래 남성들과 보낸 나에게 있어 ‘자위’라는 건 ‘당연히 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 시기 또래 집단은 오히려 ‘자위 하지 않는 것’을 이상한 것처럼 취급1)했고, ‘야동’을 한 번도 보지 않았다는 친구에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쏘아붙였으며, 메신저를 통해서 으레 그러한 종류의 avi 파일이나 mp4 파일이 공유되곤 했다.
아침 수업 시간에 자고 있는 친구들은 그 전날 EPL 경기를 보거나 게임을 하며 밤을 샜거나, 자위를 하며 밤을 하얗게 불태운 놈들뿐이었다. 게임을 하고 EPL 경기를 본 친구들은 쉬는 시간에는 일어나서 어젯밤 이야기로 교실을 시끄럽게라도 하지만, 자위를 한 놈들은 쉬는 시간까지도 퍼 자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 집단 밖으로 나온 후에는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 같다. 공개적으로 자신의 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를 꺼려하고, ‘자위행위’에 대해서는 더욱 더 그렇다! TV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자신의... 섹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상상할 수 있지만, 자신의 자위 경험을 얘기하는 걸 떠올리면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때로는 자위를 하는 것 자체가 ‘죄악시’되기 까지 한다. 어째서 고해성사 시간에 “신부님, 제가 자위행위를 했습니다. 제 죄를 사하여 주십시오.”라고 말해야 한단 말인가. 그게 왜 ‘죄’가 되어야 하는지 나는 절대 이해 할 수 없을 것 같다. 할 수 있고, 해도 되는 ‘자위행위’가 왜 이렇게 ‘부끄러운 일’처럼 취급되는 걸까.
자위를 뜻하는 영어 단어인 ‘masturbation’의 어원은 ‘손(manus)으로 욕보이다(stupro)’는 뜻을 가진 라틴어 masturbare에서 왔다2)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스스로를 욕보인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지 싶다. 자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 겪는 성적 경험이고, 보편적이며 자연스러운 행위3)이다. 자신과의 섹스이며 온전히 스스로의 쾌락만을 위한 행동이다. 또한 그 감각의 방향은 오로지 자신만을 향해 있다. 자위를 통해 우리는 스스로를 좀 더 사랑할 수 있지 않는가.
“왜 자위를 하는가.”라는 질문에 캐럴 퀸 박사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을 제시4)했다. ‘성적 쾌감은 각 개인의 타고난 권리’이며, 이는 ‘자기애에 대한 즐거운 표현’이다. ‘궁극적으로 안전학 섹스란 자위 뿐’이고, 심지어 ‘건강에 도움이 된다. 생리통이 완화되고,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엔도르핀이 분비되며, 골반 근육이 강해진다. 남성의 경우 전립선염에 걸릴 확률이 줄고 여성의 경우 질염에 대한 저항력이 생긴다.’ 자위는 술이나 흡연, 마약 따위보다 훨씬 건강하며 안전하고, 심지어 저렴하기까지 하다. 이런데도 자위가 금기시되고, 죄악시되어야 하는가? 우리는 우리의 쾌락과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으며, 우리가 이로써 타인을 해하지 않는 한 누구도 이 권리에 대해 비난할 수 없다.
지난 2006년, 영국 런던에서는 자위마라톤 대회masturbate-a-thon가 열렸다. 행사의 취지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자위행위는 우리가 최초로 경험하는 성적 활동이며, 평생 동안 쾌감을 즐기게 해 주는 자연적 근원이고, 독창적인 형태의 창조적 자기표현입니다. 자위를 할 때마다 당신은 당신의 섹슈얼리티와 쾌감을 자아내는 선천적 능력을 찬양하는 셈입니다. 그러니 주저 말고 하십시오! 자위행위는 급진적 행위일 수 있으며, 자위를 금지하는 문화는 다른 여러 가지 개인의 자유도 억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국 자위의 달을 기념하고, 감춰 왔던 당신의 자기애를 드러내도록 하는 동안, 어디서건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성적인 자유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더 많이 자위하고, 더 많이 자애하고, 더 많이 자존하라. 그리고, 우리는 절대 이를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다.
1) 사실은 하지 않을 수도, 할 수도 있는 것인데도 말이다!
2) 어원이 불분명하다는 설도 있다.
3) 이 진술은 결코 자위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연스럽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4) <폭력이란 무엇인가> 1장 64p, 슬라보예 지젝 저, 이현우, 김희진, 정일권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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