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씀/칼럼

이 영상은 전혀 귀엽지 않다. 3월 10일 SNS를 뜨겁게 달군 영상이 있다. 바로 로버트 켈리 부산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BBC 인터뷰다. BBC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 이후, 한국의 상황과 북한과의 관계 등에 대해 그에게 묻고 있었다. 인터뷰는 그의 집에서 화상 전화로 진행됐다.하지만 인터뷰가 진행되던 중, 어떤 이들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이와 얼굴도 마주치지 않은 채 아이를 밀어 모니터 밖으로 밀어내려 애썼고, 뒤이어 따라온 한 여성은 두 아이를 문밖으로 끌고 나갔다. 아이는 “왜 그래? 왜?”라고 물었지만 어떤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허핑턴포스터UK는 이를 두고 ‘코미디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어떤 매체는 ‘BBC 뉴스가 아이들의 공격을 받았다’고 표현했다. 다시 어떤 매체는 그.. 더보기
뽑기방의 시대다. 대불황의 시대다. 뽑기방의 시대다. ⓒ한국일보 뽑기방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나는 오늘 뽑기방에 갔다. 그러니까, 작년 말쯤이었던 것 같다. 즐겨 찾던 국밥집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이 ‘뽑기방’이 대신한 때 말이다. 처음에는 그렇게 하나였다. 둘이 됐다. 금방 셋이 됐고, 그 후에는 번화가 큰 건물에는 하나씩 꼭 생겼다. 그 골목엔, 이윽고 편의점 수만큼 많은 뽑기방이 생겨났다. 어디까지나 등록업체 기준이다. ⓒ서울신문 한 동네의 트렌드는 아니었던 것 같다. 웬만한 번화가에는 꼭 몇 개씩 뽑기방이 있었고, 사람들은 늘 인형을 뽑으려 애쓰고 있었다. 15년에는 21개(게임물관리위원회 등록 기준)였다던 뽑기방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후반기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지금은 수천 곳 이상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뽑기방의 .. 더보기
문제는 불임이 아닙니다. 정당입니다. "불임 정당이라고 하지만 내가 산부인과 이사장이다." ⓒ뉴스1 불임 정당 벗어나 기쁘신가요?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 별명이 하나 생겼다. ‘불임 정당’이다. 선거에 후보를 배출할 능력이 없는 정당이라는 이야기다. “불임 정당이라는 말을 가슴 아파했다.”던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이인제, 원유철, 안상수의 출마 선언 이후 “불임 정당이라고 놀림을 받던 새누리당이 갑자기 애를 셋이나 낳게 됐다.”며 새누리당이 ‘불임 정당의 오명’을 벗게 된 것에 대해 기뻐했다.새누리당 내외에서는 몇 번이고 이 불임 정당이라는 말이 나왔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우리를 불임 정당이라고 했지만 다산(多産) 체제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이전에 “불임 정당이라고 하지만 내가 산부인과 이사장”이라.. 더보기
펙트폭력배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폭력이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시대다. 세상에. 폭력시위라도 벌어졌다 치면 온 나라가 무너질 듯 벌벌 떤다. 이럴 수가. 누군가 인터넷상에서 폭력적인 말이라도 내뱉으면 모두가 분개하며 몸서리친다. 맙소사. 청소년이 즐기는 게임이나 영화에 폭력적인 장면이 등장할라치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우리의 꿈과 희망 같은 청소년이 게임 따라 폭력적으로 변하다니, 이게 얼마나 큰일인가. 모두가 폭력을 무서워한다. 모두가 폭력을 경계하고, 폭력을 저지른 이에게는 가차 없이 징벌을 내리려 한다. 그런데, 여기 모두가 환호하는 폭력이 하나 있다. 여남소로좌우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즐긴다. 심지어 이 폭력을 자주 휘두르는 이에게는 환호와 박수가 따른다. 마치 링 위에서의 합법적 폭력을 연상시키는 이것은 바로, ‘팩트 폭력.. 더보기
2016년 한국은 '둘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이런 우스갯소리가 돈다. 몇 년 전쯤으로 돌아가 "2016년에는 이런 일이 일어난대요"라고 말하면 그냥 미친놈 취급당하고 말 것이라는 식의 이야기 말이다. 실은 그렇다. 과연 누가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했을까. 아마 대부분의 이들에게 '별일이 다 있었네'라는 식으로 넘겨질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2016년에는 정말, 있으리라 생각도 못 한 일들의 해였다. 정치·사회·세계·역사·경제·문화 모든 영역에서 그랬다. 변화의 해였고 혼돈의 해였다. 한국 사회가 그동안 공들여 쌓아 왔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질문을 던지게 한 해였고, 그 공들임이 그야말로 산산이 조각난 해였다. '에이, 설마' 싶었던 일들이었다. 그런 일들이 단지 사람이 아니라 나라를 잡았다. 온 국민을 잡았다. 첫 시작은 테러방지법이었다. 국민.. 더보기
페이스북과 주목경쟁 - ‘좋아요’가 당신에게 말해주지 않는 것들 카로는 평범한 중학생이었다. "POST THE MOST!" 그 캐치프레이즈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ON’에 가입하면서부터 그녀의 일상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ON에 가입한 그녀는, 정말 많은 ‘가상의 친구들(Virtual Friends)’을 갖게 된다. 그녀의 반에 전학 온 ‘차도녀’ 야나 마리아 볼프도 그 중 하나였고 말이야. ON을 통해 야나와 친해진 카로 그리고 동급생 에디는, 야나로부터 ‘ON-SHOW’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ON-SHOW는 ON에서 만든 방송이었다. 각국에서 한 명 씩, ON의 가입자들을 모아 쇼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계획. ‘뽑히기만 한다면’ 세계적인 스타가 될 기회였다. 많은 이들의 선망과 관심, 응원을 받는! 그러나 그게 쉬울 리가 있나. O.. 더보기
일 못함에 대한 어떤 시선들 지난 8월, 사건사고가 너무 많았다. 특히 군대에서는. 윤 일병과 임 병장의 신음을 시작으로 터져나온 군 내의 부조리는 대한민국을 뒤덢었다. 특전사 소속의 한 중사가 후임 하사의 입에 휴대용 발전기의 전선을 물리는 전기고문을 한 혐의로 구속됐었다. 참으로 씽크빅한, 그 누구도 쉽게 하지 못할 가혹행위다 싶기도 하지만, 그가 하사들을 고문한 이유를 들어보면 기가 차다는 말만 나온다. “임무 숙지가 미흡하고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서.” 한 마디로 일을 못해 그랬다는 거다. 28사단 집단구타 사망 사건 때도 이유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행동이 느려서. 말을 어눌하게 해서.” 일을 못하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게 군대인가 보다. 무섭다. (일을 못해서 죽였다는 말은 핑계라고 이야기들 한다. 그러나 그 말은.. 더보기
자위가 왜, 뭐가, 어떻게 나쁜건데? 청소년기 대부분의 시간을 또래 남성들과 보낸 나에게 있어 ‘자위’라는 건 ‘당연히 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 시기 또래 집단은 오히려 ‘자위 하지 않는 것’을 이상한 것처럼 취급1)했고, ‘야동’을 한 번도 보지 않았다는 친구에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쏘아붙였으며, 메신저를 통해서 으레 그러한 종류의 avi 파일이나 mp4 파일이 공유되곤 했다. 아침 수업 시간에 자고 있는 친구들은 그 전날 EPL 경기를 보거나 게임을 하며 밤을 샜거나, 자위를 하며 밤을 하얗게 불태운 놈들뿐이었다. 게임을 하고 EPL 경기를 본 친구들은 쉬는 시간에는 일어나서 어젯밤 이야기로 교실을 시끄럽게라도 하지만, 자위를 한 놈들은 쉬는 시간까지도 퍼 자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 집단 밖으로 나온 후에는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