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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리뷰

[Pallete] 그리고 아이유의 시대 아이유가 돌아왔다. 3집 [Modern Times]에 이은 4년 만의 정규앨범이다. 청자들에게 자신의 분열과 충돌을 거리낌 없이 들려주며, 잔뜩 힘을 주었던 미니앨범 [CHAT-SHIRE]와는 달리 한껏 편해진 목소리다. 음악 감독 이병우가 작곡, 작사, 편곡을 맡은 ‘그렇게 사랑은’을 제외하면 모든 곡에 작사가로 참여했다. 모든 곡이 “전부 제 이야기”라는 그는, 그저 악기에 불과했던 몇 년 전과는 다르게 자신의 앨범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올해로 데뷔 10년 차를 맞은 아이유는 한 명의 아티스트로서 한 번에 몇 보씩은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Pallete]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한 축에는 사랑을 막 시작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곡들이 있다. 아련한 기타 리프 위에 자신의 목소리를.. 더보기
이게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라고? *영화 리뷰에 스포일러가 없길 기대하는 게 이상한 거라니까요. (이하 시빌 워)가 순항 중이다. 한국의 독특한 영화시장구조를 고려하더라도, 한국에서 가 벌어들인 흥행수입이 같은 날 개봉한 15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꽤 놀라운 일이다. 누적관객수는 120만명을 훌쩍 넘었고, 이런 속도라면 에 이은 천만관객 달성도 무리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간혹 덜떨어진 완성도를 가진 영화가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경우가 간혹 있기는 하지만, 이 영화가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은 기본적으로, 잘 만든 영화이기 때문일 것이다.그렇다. 는 잘 만들어졌다. 두 시간이 넘는 런닝타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만큼 속도감 있었다. 괜찮은 연출과 괜찮은 전개다. 영화 중반부에 등장하는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을 비롯한 .. 더보기
<돼지의 왕> 단평 이 영화의 가장 강렬한 대사처럼, 우리는 이 영화에 대해 “절대로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없”다. 또한 이야기해서도 안 된다. 그런 영화이다. 내가 두 번 째로 본 연창호 감독의 작품. (첫 번째는 이였다. 에서 ‘군대’를 통해 한국사회를 보여주었다면, 에선 ‘학교’라는 거대한 은유를 통해 자본주의의 질서와 계급구조를 비판1)한다. 그리고 두 작품 모두 너무 현실적이고 너무 음울해서, 영화를 보고 있는 나 자신이 그 씬 안에서 숨 쉬는 기분이었다. 같이 울고, 같이 맞았다. 같이 때리고, 같이 죽었다. 이 당혹스러운 영화는 너무나 당혹스러운 시퀀스로 시작된다. 무언가에 목이 졸린 채 식탁 위에 죽어 있는 여성. 컴컴한 거실. 곳곳에─심지어 결혼사진 신부 얼굴 위에까지─붙어 있는 차압 딱지. 샤워실에서 들려.. 더보기
<국제시장> 단평. 이 영화는 ‘국제시장’에 대하여 이야기하지도 않고, ‘국제시장’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도 않는다. 심지어 주인공인 덕수 역시 국제시장에 머무는 장면은 길지 않다. ‘국제시장’은 이 영화의 이야기의 중심부, 핵심을 차지하고 있지 않다. 국제시장은 이 영화의 형식적인 제목에 불과하다. 국제시장이라는 이름보다 더 눈 여겨봐야 할 것은, 이 영화의 부제 'Ode to My Father'이다. 윤제균 감독이 그의 아버지에게 바치는 영화. 혹은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영화. 사실, 이 영화의 제목은 ‘국제시장’ 따위가 아니라, ‘아버지’가 되었어야 할지도 모른다. 은 오로지 ‘이 아버지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보여주려고 런닝 타임의 대부분을 할애한다. 은 기본적으로, ‘회상’의 영화이다. ‘고생’과 ‘역사’.. 더보기
“돈만 된다면” 날 욕하든 말든 - 문제적 영화를 대하는 문제적 시선 (* 본 게시물에는 와 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본 게시물은 2013년 11월 경 작성했던 것을 새로 내용을 덧붙여 수정한 것입니다.) 올 해 한국영화계는 솔직히 말해 좀 실망스러웠다. 흥미로웠던 작품이야 많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주목 받을만한 작품이라고 해서 박수와 찬사까지 받을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종상 영화제를 보면서 그 생각은 더욱 분명해졌다. 남이 주는 상에 딴지 걸 생각은 없지만, ‘고작 저 영화가?’ 싶을 정도의 영화가 상을 너무 많이 탔다. 올 해가 한 달 정도 남은 이 때 올해의 한국 영화를 꼽으라면, 나는 정말 많이 망설이게 될 것 같다. 수없이 많은 상을 탔던 이 주던 여운보다 더 깊었던 건 와 , 같은 작품들이었다. 말하자면 은, 순전히 자본의 승리였다. .. 더보기
<존은 끝에가서 죽는다> 단평 너무나 사랑스러운 B급 영화. 대체 누가 이런 걸 영화로 만들어서 개봉까지 시킬 생각을 했을까. 간장을 주사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럴 정신머리를 가지진 않았을 테다. 재밌다. 그러나 추천은, 글쎄올시다. 더보기
족구왕 단평 단평. 안재홍이 분한 홍만섭은 현실에서 철저한 비주류다. 연서복인 그는 두둑한 뱃살에, 너무나 평균적인 외모를 갖추고도 2점 대의 평점에 토익은 점수조차 없다. 게다가 좋아하는 스포츠는 족구. 축구도 아니고 배구도 아닌 것이 ‘촌스럽기 그지없다.’ “이름도 족구가 뭐야 족구가. 족구멍의 약자도 아니고.” 무슨 근자감인지 청춘이 언제까지일 것 같냐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라는 선배의 말에 그래도 하고 싶은 걸 해야 하지 않겠냐고 대든다. 등록금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해 등록을 하지 못할 위기에 놓여도, 연애를 하려면 족구 같은 걸 해서는 안 된다는 짝사랑의 말을 듣고도, 그는 긍정적이다. 너무나도 긍정적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데, 그는 하나도 아파 보이지 않는다. 언제 끝날지 모를 청춘이니 분투하고 미래를 .. 더보기
별점이 무의미한 이유 모두가 평론가1)인 시대다. 동시에, 어쩌면 그렇기에, 아무도 비평을 필요로 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영화평론에 대한 ‘메타비평2)’은 대다수가 욕으로 시작해 욕으로 끝나고, 평론가의 자리는 대중의 냉소에 두들겨 맞는다. 대게 “네가 뭘 아냐. 영화는 우리가 선택하고, 우리가 선택한 영화만이 좋은 영화이며, 옳은 영화이다”라는 식이다. 영화 평가의 기준은 별 하나부터 다섯까지라는 비좁은 은하계에 틀어 박혀 있다. ‘왓챠’ 같은 대중평론의 데이터베이스는 영화를 오직 별점으로만 평가한다. (혹은 오직 별점만이 남는다.) 나는 다수 대중3)이 평론가가 되는 것이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대중이 영화평론의 장에 뛰어 들고 영화에 대한 서로의 감상을 공유하는 것은 한국 영화의 발전에 꽤 괜찮.. 더보기
히어로 없는 히어로 무비,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에는 토니 스타크라는 ‘천재, 플레이 보이, 억만장자, 박애주의자’가 있었다. 는 국가를 위해 싸우는 정의의 사도 스티븐 로저스가 있었다. 는 신의 아들이었으며, 에는 거대한 녹색괴물로 변신하는 과학자 브루스 배너가 있었다. 모두 저마다의 고뇌를 가진 히어로들이었지만, 잘 난 분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 도저히 잘난 데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1) 녀석들이 있다. 스스로를 ‘우주의 수호자’라는 어쩐지 오글거리는 이름으로 지칭하는 이들이다. 말이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이들의 면면은 이 영화를 ‘히어로물’이라고 칭하기 민망할 정도다. 범죄자, 폭행 전과자, 살인자와 ‘미친놈’의 조합. 대체 누가 이들을 ‘히어로’라 칭할 수 있다는 말인가! 사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마블 스튜디오 최초의 실패작이.. 더보기